나는 영원한 만학도이다.
아니 그렇고 싶다!
내가 공부다운 공부를 하고 싶어서 박사과정에 입학하려고 하는데 어느 분이 나에게 물었다. "나이가 너무 많아 박사 이후에 써 먹을 곳이 별로 없는데 왜 공부를 하려고 하느냐"고. 나는 "내가 심은 바다매립지의 수목들이 생리, 생태학적으로 건전하게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싶다'고 하였다. 그 분께서 "그 정도로는 박사과정을 다녀야 할 명분이 안 된다"고 하였다. 나의 대답은 싱거웠나 보다.
나는 우여곡절 속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바다매립지 조경식재'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수여 받았다. 그리고 토양염분, 염분날림, 강풍, 건조, 양분부족 등의 문제가 내륙의 토양보다 몇 십배 까다로운 바다매립지에서 조경식재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내가 20여년 동안 바다매립지인 광양제철소, 영광군민체육시설지 등지에 심었던 수목들이 내륙의 나무 만큼이 잘 생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만학을 한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시형 박사님께서 나이 들어 공부가 더 잘되는 여섯 가지 이유를
- 절실한 만큼 몰입이 쉽기 때문이다.
- 창의적인 공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 풍부한 경험이 공부의 요령을 찾아 주기 때문이다.
- 자기 진단이 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과 잘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할 수 있다.
- 시간 낭비가 얼마나 허무한가를 알고 있다.
- 물질적, 정서적으로 보다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성취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이시형, 2009)고 하셨다.
나는 어려서 부터 공부하는 것을 즐겨 하였지만 우리나라 입지제도 상 중요한 중학교 3학년 때 건강이 삶과 죽음을 오고가는 상황에서 내 뜻 대로 공부를 하지 못하였었다.
그런데 만학을 하면서 삶의 의미를 알았고, 삶의 즐거움을 많이 느꼈다. 나는 오늘도 만학도의 길을 걷는다. 어제는 템즈강변의 수목식재 유형을 고찰하기 위하여 자전거로 40Km 이상을 달렸다. 그리고 자정을 넘어서 런던에서 쉐필드에 도착하였다. 새벽 두시가 훌쩍 넘었는데도 어제 본 나무들 생각에 피곤함도 없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있다.
내 주변에는 만학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 나는 만학의 기쁨을 만학도들과 나누기를 좋아한다.
만학을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부지런하고, 검소하고, 열정적인 삶을 산다. 나는 그런 분들을 보면 힘이 솟구친다. 나는 그 분들께 용기를 북돋아 드리고 싶다.
만학도 여러분 힘내세요!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만학도들의 행복을 위하여 화이팅!
(영국 The University of Greenwich 세미나를 다녀와서, 2013. 5 17)